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짝퉁 웹소설, 에세이

고백하는 날은 정신승리하는 날. 단편소설. 본문

짝퉁 창작 단편 소설

고백하는 날은 정신승리하는 날. 단편소설.

썰렁아재 2025. 12. 7. 21:34

고백하는 날 관련 단편소설입니다. 고백이 성공했을까요?

1부.  설레임

민호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며칠 밤낮을 고민했던 그 날, 바로 '고백하는 날'이었다. 손에 든 작은 상자에는 명품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머리핀이 들어 있었다. "오늘은 꼭 말해야 해. 더 이상 미룰 순 없어." 민호는 거울을 보며 몇 번이나 연습했던 대사를 되뇌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하지만 입꼬리는 자꾸만 경련하듯 움직였고, 손바닥에서는 땀이 났다.

2부. 상투적 멘트

오후 6시, 늘 영희와 함께 가던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는 퇴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가 보였지만, 민호의 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영희의 얼굴만이 선명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었지만, 영희는 활짝 웃으며 들어섰다. 그녀의 환한 미소에 민호의 심장은 또 한 번 크게 울렸다.

"민호씨, 오래 기다렸죠? 길이 좀 막혔네요."

"아니요, 저도 방금 왔어요."(뻥)

평소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민호는 미리 준비해둔 말을 꺼내려고 애썼다. 컵에 담긴 따뜻한 차에서 김이 피어 오르듯, 민호의 마음속에서도 복잡한 감정들이 솟아 올랐다. 목이 바싹 말랐다. 그는 겨우 목소리를 냈다. "저... 영희씨." 민호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작게 나왔다.

영희가 심쿵하게 만드는 눈빛으로 민호를 바라봤다. "네, 민호씨?" 그 눈빛에 용기를 얻은 민호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어렵게 말을 이어나갔다. "저... 영희씨를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매일 영희씨를 생각했고, 이 감정을 더 이상 숨기기 어려웠어요. 저랑... 만나주시면 안 될까요?" 그는 준비한 머리핀 상자를 영희 앞으로 내밀었다.

3부. 퇴짜

말을 마치자마자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것 같았다. 카페의 잔잔한 음악 소리도, 옆 테이블의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영희는 잠시 놀란 듯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민호씨, 고백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런데 멘트가 너무 상투적이네요. 그리고 저는 민호씨를 좋은 동료이자 친구로 생각해요."

민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 영희는 민호의 표정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았다. "그래도... 민호씨의 용기는 정말 멋있다고 생각해요. 친구로서 항상 응원할게요."

4부. 정신승리

카페를 나서는 민호의 발걸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차가워진 밤공기가 그의 마음을 더욱 시리게 만들었다. 실패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적어도 그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으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많은 별들이 아무 일 없다는 듯 빛나고 있었다. "그래, 괜찮아. 이별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몰라." 민호는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밤공기를 마셨다. 내일은 또 다른 해가 뜰 테니까. 어쩌면 그 빛이 더 따뜻할지도 모른다는 희망과 함께.

"그래도 영희씨 손 한 번 잡았네..."